제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불구가 된 미국』 (평점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지음. 김태훈 옮김. 이레미디어. 2016년 7월
자본주의 최강대국 통치권자가 된 도널드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싫든 좋든 적어도 4년동안 트럼프를 우리는 마주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트럼프를 잘 모른다. 우리는 트럼프의 지인도 모르고, 컨텍 포인트도 사실상 없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인물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그가 쓴 책이다. 그는 책을 많이 냈다. 1987년 <거래의 기술>을 시작으로 지난해 <불구가 된 미국>에 이르기까지 그는 15권의 책을 냈다.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불구가 된 미국>은 트럼프가 유일하게 "내가 만약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이라고 작심하고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세계 최강대국의 통치권자'이자 '한국의 경제, 안보 파트너'로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우선, 트럼프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보기 드물게 소신대로 자신의 정책을 밀어부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이익 단체나 로비스트에게도 빚지지 않고 내 돈을 쓰고 있으며, 이 때문에 기존의 일반적인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22 P)
"나는 여론 조사롤 보고 어떤 '신념'을 가져야 할지, 혹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정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우리나라를 위해 옳은 일만을 할 것이다."(139 P)
그가 '신세지지 않는 선거'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억만장자이기 때문이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산은 37억달러(약 4조 1,000억원)로 미국 156위, 세계 324위이다. 트럼프가 공개한 자신의 재산은 이것의 두 배를 넘는 87억달러(약 9조 6,000억원)이다.
그렇다면 그는 대통령으로서 어떤 정책을 펼치려는걸까?
그의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합리적 거래에 기반한 정책'이다. 쉽게 말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것이 아닌 서로가 이익이 되는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가로서의 원칙이 정치에도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한미 관계는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
"현재 북한을 바로 두고 있는 한국의 국경에는 2만 8,500명의 우리 미군들이 있다. 그들은 매일 위험을 안고 산다. 오직 그들만이 한국을 지켜준다. 그런데 우리는 그 대가로 한국에게서 무엇을 받는가? 그들은 우리에게 상품을 판다. 좋은 이윤을 남기면서 말이다. 그들은 우리와 경쟁한다."(64 P)
여기까지 읽으면 그는 우리에게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인상을 요구하거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제품의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것 같다.
그런데 책을 더 읽다보면 이 문제에 관해 타협의 여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는 <불구가 된 미국>에서 자신의 일처리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경우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으며, 철저한 조사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는 알아야 할 일이 있으면 공부한다. 가령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을 스코틀랜드 에버딘에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나는 그 시점에서는 관련 공무원들의 이름을 하나도 모른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현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필요한 모든 사람의 이름을 암기한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를 직접 만난다. 나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필요한 핵심만을 알아둔다. 이후에는 프로젝트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다."(37 P)
쉽게 말해 그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세세한 사항을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생각하며, 자신의 이같은 일처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론을 맹비난하고 있다.
"보수파 라디오 진행자인 휴 휴이트(Hugh Hewitt)는 인터뷰 도중 내가 테러 단체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모른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기 군수통군권자가 되려면 테러 단체의 수장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정말 터무니 없는 이야기다. 이름이 적힌 명단이 있어야만 이들을 아는가? 대선이 1년도 더 남은 시점에서 각 테러 단체 수장의 이름을 아는 것이 자질을 따지는 시험이 될 수 없다. 나는 상식 문제를 풀려고 인터뷰에 나가는 것이 아니다."(36 P)
'한미 관계'는 트럼프에게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프로젝트이며, 그는 아직 이 문제를 아직 본격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상태이다. 만약 주한미군이 유지되면서 미국이 얻는 안보, 경제상의 이득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리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다면 문제가 의외로 해결될 수 있음을 이 책음 암시한다.
그는 기성 언론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기성 언론이 자신을 '국수주의자'이자 '거짓말쟁이'로 묘사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그는 "멕시코에서 오는 모든 불법 이민자 중에 강간범이나 마약 장사꾼 같이 아주 질 나쁜 사람들이 있으며, 이같은 무법자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을 닫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언론은 거두절미하고 "트럼프는 모든 이민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근면한 남미계 사람들을 많이 고용했으며, 남미계 사람들을 깊이 존경한다. 그러나 언론은 그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은 나를 비판하는 것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5 P)
또,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 아버지와 결혼했고, 할아버지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며 이민 그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해결하려는 것은 불법 이민이며 이는 합법적으로 오기 위해 몇년동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불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며, 대통령이 되면 사심없이 미국인을 위해 봉사하겠다. 나에 대한 오해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다"가 될 것이다.
그런데 가장 궁금한 점은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그것은 ‘평생을 돈 버는 데 전력질주해온 그가 왜 자기 돈을 써가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까?’ 하는 점이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는 '남는 장사'가 아니다. 이번 미 대선 기간에 그가 조달한 선거 자금은 1억 6,300만달러(약 1,800억원)로, 포브스가 밝힌 트럼프 재산 37억달러(약 4조 1,000억원)의 4.5%에 해당한다. 무시하기 어려운 금액을 과감하게 '지른' 것이다.
1987년판 <거래의 기술>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듯 하다.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음에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사업들을 하나로 묶으면 어떤 모습이겠는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별 신통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을 성사시키도록 도와준 알맞은 순간들을 포착했을 뿐이니까." (89 P)
대통령 선거 출마의 이유에 가장 그럴듯한 답은 "그는 자신의 본능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커다란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제 ‘Crippled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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