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낸 사건들이 있다.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곰팡이 핀 페트리 접시(Petri dish)를 버리지 않고[1] 관찰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무심히 지나쳤다면 결코 없었을 혁신이었다.
지난 7월 5일, 필자가 개발한 기업분석 도구 StationPEG를 활용해 경남대학교에서 「AI 활용 기업분석 방법」 특강을 열었다. 경남대 산업경영연구소와 중앙도서관이 후원하고 경영대학에서 주최한 이번 강의에는 대학원생·교수·직원뿐만 아니라 타 대학 교수와 일반인 등 38명이 참석했다. 이번 특강의 목적은 학생들과 지역사회의 일반인들의 디지털 금융지식과 기업분석 역량 강화를 돕는 데 있었다.
경남대 중앙도서관은 StationPEG를 도서관 온라인DB 형태로 전공 학생들의 기업분석 학습을 위한 학습도구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행사를 후원하였다.
[사진=PEG Technologies Inc]
기업분석은 본래 전문가의 영역이라 일반 수강자들의 반응을 우려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강의평가에서 ‘도움이 되었다’는 항목은 평균 4.70점, ‘전체 만족도’는 4.59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는 짧은 시간의 강의만으로도 학생과 시민들이 기업분석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의 80%가 기업분석 경험이 ‘부족하다’ 혹은 ‘전혀 없다’고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부족하다 4.58, 전혀 없다 4.70으로 오히려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또한 투자경력이 1~3년인 그룹과 초보 투자자 그룹에서 전체 만족도가 각각 4.86점, 4.67점으로 매우 높았다. 이는 기업분석 교육이 초보자일수록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응답자는 총 27명으로, 응답률은 71.05%였다. 통계학적인 접근법과는 달리,[2] 교육평가 실무에서는 응답률이 70% 이상이면 대표성을 인정하고 신뢰성 있는 결과로 본다.[3] 따라서 이번 강의평가는 단순한 소규모 조사로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 사회가 기업분석 교육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과 금융이 AI와 함께 미래 사회를 주도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분석을 실제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AI를 이용해서 기업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더 적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연결된다. 기업분석 교육이 소수 전문가의 영역에 머무른다면, 국민 전체의 금융 문해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강의평가에서 발견된 성과는 마치 플레밍의 페트리 접시처럼 ‘뜻밖의 발견’이었다. 이제 선택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이 작은 메시지를 무시하고 흘려 보낼 것인가, 아니면 국가적 차원의 교육정책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기업분석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학교·기업이 함께 나선다면, 국민의 금융 이해도는 한층 높아지고,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교육의 선도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주석]
[1] 페트리 접시(Petri dish)는 1887년 독일의 세균학자 율리우스 리하르트 페트리(Julius Richard Petri, 1852~1921) 가 고안한 세균이나 곰팡이 배양 실험에 쓰는 둥근 유리 접시를 말한다. 페트리는 처음에 기존 사용되던 유리 슬라이드를 유리 접시로 바꾸었는데, 이는 실험 단계를 단순화하고 오염 가능성을 줄인 실용적인 개량이었다.
[2] 세상을 읽는 데에는 언제나 데이터가 중요하다. 통계학은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통계적 관점에서 요구하는 데이터의 요건이 교육 분야보다 더 엄격하다. 결론이 유효하고 신뢰할 수 있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편향되지 않아야 하고 (unbiased), 정확해야 하며 (accurate), 충분히 커야 한다 (sufficiently large). 향후 동일 주제 강의에 대하여 동일 설문을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설문 표본 수를 증가시키면, 통계적으로도 보다 유의미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에 조사된 강의평가 결과는 국가적으로 필요한 교육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된 강의 주제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의 누적은 학술적인 가치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3] Franklin Clark, “Best Practices for Increasing Response Rates,” Boise State University Teaching & Learning Tools, 2023, https://talk-boisestate.atlassian.net/wiki/spaces/LTS/pages/1662222387/Best%2BPractices%2Bfor%2BIncreasing%2BResponse%2BRates (검색일: 202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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