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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칼럼]《램덤워크 투자수업》의 오류
  •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 등록 2026-01-27 11:18:52
  • 수정 2026-01-27 17: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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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저자의 경력이나 명성 때문인지 2020년에 번역 출판된 《램덤워크 투자수업》(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 12판은 표지부터가 거창하다. ‘45년간  12번 개정하며 철저히 검증한 투자서’, ‘전문가 부럽지 않은 투자 감각을 길러주는 위대한 투자지침서’ 라는 은빛 광고문구로 독자를 유혹한다.[1] 출판 50주년을 맞아 출판된 13판도 2023년에 한국에서 번역되었다.[2]


저자 버턴 말킬(Burton G. Malkiel)은 이 책에서 “랜덤 워크(Random Walk)란 과거를 통해 미래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개념을 뜻한다. 주식 시장의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랜덤워크란 주식 가격의 단기적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라고 그 개념을 소개를 하고 있다.[3] 


이 말은 금융시장에서 “주가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명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말킬은 과거 가격 정보와 공개된 정보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 투자자가 일관되게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료 : 버턴 말킬 저/박세연 역, 《램덤워크 투자수업》, 골든어페어, (2020) http://www.yes24.com/ (2026.01.24. 검색)


말킬은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가장 강력하게 옹호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주장은 "시장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그 누구도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기는 힘들다. 따라서 예측하지 말고 시장 그 자체(Index)를 사라."라는 취지로 읽힌다.[4] 


그는 말한다. “시장을 이기는 펀드를 발견하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기만큼 힘들다. 그보다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전략은 건초더미를 몽땅 사들이는 것이다.”[5] 


그가 제시하는 증거들이 하도 강력해서 누구도 더 이상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거나 개인투자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인덱스 투자를 하면 누구든지 돈을 벌고 노후가 편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주장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보거나 이론적 맥락에서  살펴보더라도 모두 한계가 있다.


랜덤워크 이론의 한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는 일본 주식시장이다. 니케이225 지수는 1989년 12월 29일, 38,915.87이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버블의 정점에 도달했다. 이후 장기 침체에 진입한 일본 시장은 최저점 6994.90에 이르기까지 대략 18년 10개월 동안 하락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지수는 약 82% 폭락하였다. 니케이 225 지수가 1989년 전 최고치를 회복하는 데는 대략 34년 2개월이 걸렸다. 


일본의 토픽스(TOPIX) 지수도 마찬가지다. 토픽스 지수는1989년 12월 29일에 2,884.80로 정점에 도달했다가, 2012년 6월 4일에 연중 최저 695.51에 도달하여 최고점 대비75.89% 하락하였다. 토픽스 지수가 전 최고점을 회복한 것은 2024년 7월 4일인데, 무려 34년 6개월 5일이 걸렸다. 이는 2024년 2월 22일에 전고점을 회복한 니케이225지수의 회복 기간 34년 2개월보다 약간 더 길다.[6]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일본 전체 주식시장이 장기 부진을 겪었던 구조를 잘 보여준다. 


만약 이 시기에 일본에서 투자자가 인덱스 펀드를 구매하였다면, 그는 본전을 회복하는 데 대략 34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이 투자자가 34년 동안 상실한 기회비용은 숫자로 계산하기 힘들어 보인다. 당시 일본 사람들이 랜덤워크 이론을 믿고 투자했다면 노후 자금이 모두 바닥이 날 뻔하였다.


이 사실은 단순한 역사적 에피소드가 아니다. 만약 "시장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그 누구도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기는 힘들다. 따라서 예측하지 말고 시장 그 자체(Index)를 사라."는 주장이 무조건적으로 참이라면, 이와 같은 장기 붕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역설적으로 “시장은 매우 효율적이어서 일본의 인덱스 투자자들에게 본전을 찾기 위하여 34년 동안 참아야 하는 인내심을 선물하였다” 고 하는 것이 바른 판단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내’는 주식시장에서 가치투자자에게 돈을 벌게 해 주는 최고의 미덕이다.


니케이225 지수나 토픽스 지수의 사례는 시장 평균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 자체가 구조적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랜덤워크 이론은 랜덤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미국과 같이 퇴직연금이 제도적으로 주식투자로 연결되는 오랜 전통을 가진 특수한 금융시스템이 있는 곳에서만 제대로 작동하는 특별한 이론이다. 함부로 주장할 일은 아닌 듯이 보인다.


랜덤워크 이론 즉, 주가가 과거 정보로는 예측할 수 없다는 가설에 대해 실증적으로 반박하거나 그 한계를 지적한 논문들도 있기는 하지만,[7] 그렇게 학문적으로 정교하게 접근하지 않더라도, 아예 발상을 달리하여 랜덤워크의 전제가 되는 정보조건[8]을 구조변수[9]로 바꾸어 조건부 기대값[10]을 상승시키면, 기대값을 시장 평균보다 높일 수 있고,[11] 이것을 통하여 구조적으로 유리한 기업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수학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이야기다.


정보조건이 달라지면, 평균이 달라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보조건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에 따라 평균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고, 평균이 높아지면 시장 평균 대비 초과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만약 장기 하락 기간 중 일본에서도 랜덤워크의 정보조건을 사용하지 않고 구조변수 정보조건을 사용했다면, 랜덤워크로 인한 투자자의 손실을 줄이고, 노후의 생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정보조건에 어떤 구조변수를 넣는가는 구조변수를 설계하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그 자신이 구조변수를 잘 설계하는 사람이 되거나, 잘 설계된 구조변수를 공부하거나, 그것을 잘 설계하는 사람이 운용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가 PEG를 기본값으로 하고 그 값을 해석하는 구조변수를 추가하도록 설계한 기업분석 플랫폼 StationPEG를 만들어서 몇 년을 운용해 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구현해 주고 있다. 다만 그 기간이 짧기 때문에 지속가능성과 재현가능성이 있는지를 계속 테스트해 보고 있는 중이다.


학자들이 랜덤워크의 오류를 지적하고, 또 행동경제학이 등장하면서 랜덤워크 이론이 잠시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듯했지만,[12] 말킬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을 수용하여 이론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랜덤워크 이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일부 예외적 패턴이나 반례가 관측되더라도, 거래비용·세금·실행 리스크를 고려하면 일반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그런 예외적 패턴이나 반례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랜덤워크 이론에 매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세상을 이끄는 신기술 기업에 대한 기대와 실적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면서 시장지수에 반영되고, 퇴직연금이 제도적으로 주식투자와 연결되어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말킬의 자신감이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과거 일본과 같은 상황에 처하거나 세계를 이끌만한 신기술 기업의 주가가 시장 평균에 반영될 수 없는 국가에서 랜덤워크 이론은 단지 하나의 예외에 불과한 것으로 존재할 것이다.


말킬은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 같은 가치투자자들이 인덱스 펀드 매수를 권유했다는 사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으나,[13] 실제로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이 인덱스 펀드를 매수한 적이 없다는 맥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14]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덤워크 투자수업》에는 풍부한 금융지식이 서술되어 있고, 저자의 재담과 인용들이 독서를 지루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 책 한 권으로도 금융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치열한 생각과 금융시장의 작동원리를 상당 부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석]

[1] 버턴 말킬 저/박세연 역, 《램덤워크 투자수업》 12판, 골든어페어, 2020.

[2] 버턴 말킬 저/박세연 역, 《램덤워크 투자수업》 13판, 골든어페어, 2023.

[3] 앞의 책(12판), 31면.

[4] 위의 책, 222~233면.

[5] 위의 책, 229면.

[6] ChatGPT 검색(2026.01.24. 검색)

[7] 이런 논문들은 꽤 많다. 그 중에서 3개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Andrew W. Lo and A. Craig MacKinlay, “Stock Market Prices Do Not Follow Random Walks: Evidence from a Simple Specification Test,”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1, no. 1 (1988): 41–66; James M. Poterba and Lawrence H. Summers, “Mean Reversion in Stock Prices: Evidence and Implication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22, no. 1 (1988): 27–59, https://doi.org/10.1016/0304-405X(88)90021-9; Werner F. M. De Bondt and Richard H. Thaler, “Does the Stock Market Overreact?” The Journal of Finance 40, no. 3 (1985): 793–805, https://doi.org/10.1111/j.1540-6261.1985.tb05004.x. 

[8] 정보조건이란 어떤 판단·모형·의사결정이 성립하거나 타당성을 가지기 위해 전제로 요구되는 정보의 상태, 범위, 접근성에 관한 조건을 말한다. 확률론적으로 이는 조건부 기대값의 조건에 해당하며, 랜덤워크 이론 역시 과거 정보가 주어졌을 때의 조건부 기대값을 전제로 한다.

[9] 구조변수란 현상이나 결과를 직접적으로 관측하지는 않지만, 그 현상이 만들어지는 ‘구조적 틀’을 규정하는 변수를 말한다. 즉, 결과값이 아니라 결과가 만들어지는 규칙 쪽에 서 있는 변수이다. 수학에서 변수(variable)는 값이 정해지지 않은 미지수가 아니라, 상황(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도록 정의된 기호를 말한다.

[10] 조건부 기대값이란 어떤 정보가 주어졌을 때 그 정보를 반영하여 계산한 확률변수의 평균(기대값)을 말한다. 이는 미래 결과를 예측하는 값이 아니라, 동일한 확률변수를 서로 다른 정보 조건에서 바라볼 때 평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11] “기대값이 시장 평균보다 높아진다”는 표현은, 개별 결과의 예측이 아니라 특정 정보조건 하에서 형성되는 평균 성과가 시장 전체 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12] 행동경제학, 그중에서도 ‘행동재무학’의 핵심 인물인 로버트 쉴러는 랜덤워크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EMH(효율적 시장 가설)의 “가격 = 합리적 기대값” 이라는 가정이 관측된 주가 변동성과 경험적으로 양립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자세한 것은Robert J. Shiller, “Do Stock Prices Move Too Much to Be Justified by Subsequent Changes in Dividends?”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71, no. 3 (June 1981): 421–436 참조.

[13] 앞의 책(12판), 233면.

[14] S&P500의 장기(1926년 ~ 2024년, 99년) 명목 연평균 수익률(CAGR)은 약 10.4%수준이고,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 수익률은 약 7.25%이다. 반면에 피터 린치의 연평균 수익률은 펀드운용기간(1977년 ~ 1990년,    13년) 동안 명목 연평균 수익률은 29.2%이고, 실질 수익률은 약 22.8%며, 워런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은 전체 투자기간(1965년 ~ 2023년,     59년) 동안 명목 투자수익률은 약 19.8%이고 실질 수익률은    약 15.7%이다. 그들이 인덱스 펀드를 매수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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